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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시 레 기 ㅡ

남강 2012. 12. 27. 12:30

 

얼굴에 화장품을 덧씌운 손길 하나가

상품의 포장지를 뜯는다

내용물을 보지 않고도

포장안을 알고나 있다는듯

냉소적 미소가 입가에 번지고

혹시나 하는 희미한 기대감을 허물어 뜨린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격언이

휴지처럼 날리는 시간

사람들이 우루루 대형마트 매장안으로 몰켜 들고

어른아이 할거 없이

필요량을 골라들고

매우 탁월한 선택에

뿌듯한 발걸음은 보무도 당당하게

수레를 민다

그 한켠에서 백원짜리 하나 쓰기에도 힘든 아내는

매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빼곡이 적어간 꼬깃꼬깃한 종이를 펼쳐읽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경제적 쇼핑을 즐기는 중이다

 

같은 시각

시골 어머니는 달아놓은 시래기를 꺼내려

찬물에 담그신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엔 아이들이 내려 올려나?

 

손주 손녀 애들은 안먹을테고

제 어미는 조금 먹을려나?

어림잡아 네식구분

버스럭 거리는 깡마른 시레기

부숴질라 새끼줄에서 벗겨내는 투박한 손가락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시레기엔 포장이 없다

 

아마도 손주 녀석이 보았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이거 먹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