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하여

ㅡ 첫눈이 오면 ㅡ

남강 2004. 11. 27. 11:55

 

친구야 첫눈이 오면
설악엘 가자!
잡다한 세사를 놓고
일상의 작은 미움이나
가까운 친지의 부음이나
삶의 무게중심에서 벗어나
훨훨 힌눈발처럼 날려가자

첫정같은 뜨거운 가슴이 아니어도
다정한 벗의 오랜 해후가 아니더라도
둘이 하나인냥 스스럼 없고
둘이 셋인냥 수다스럽 더라도
주고받는 하나없는 구속으로 부터의 해방

바람에 날려가는 하이얀 눈발이 되어
산하를 온통 감춰가는 하얀 수건처럼
동면의
새들도 돌아간 천지
하늘땅 모두가 하얗게 변해버린 설악동

나라에 가자
흰눈이 내리면
밤새 어지러운 꿈을깨고
난마처럼 얽히는 세사를 털고
무거운 짊을 잠시 내리고
가벼운 눈발처럼 날려가자

거기 소월의 진달래가 피고
목월의 나그네와
지용의 향수가 내려오고
지훈의 승무가 파르라니 떨다가
나비가 되어 나르는 나라
설악동엘 들자

하얀 눈발을 맞으며
쓸쓸한 산나그네 주막에 들러
동동주 아린운 그맛
추위에 떠는 산새와
숨죽인 동면
퍼런절개 떨치는 소나무
친구들을 만나자

사심도 없고
세욕도 없고
애증도 놓고
고요한 숨결
머흘어 가는
깊어 오가는 객조차 드문 산길
하얀 진객만이 펄얼펄 날려가는 동네

세진을 씻고
가슴가슴 따스히 다독이며
하얀 눈송이 하이얀
그곳
영혼과 그대의 결고운 손가락 마디
눈발에 석어
동동주 알싸한 그맛
오롯이 잔을 기울여 가자!

그래 친구야
첫눈이 오면 설악엘 들자
잠시 하던일 멈추고
구겨진 심사 접고
거기 마알간
눈덮인 초목들 위로
풍진 마음씻기워 가자

우리모두 돌처럼 굳어버린 영혼
산시들을 만나보며
하얀 눈발처럼 날려가자!

친구야 첫눈이 오면
첫눈 하얗게 내리면,,,
영혼을 씻기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