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의 江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08) ㅡ

남강 2012. 8. 19. 14:47

 

 

 

삶은 얼마나 덧이 없던가

주검은 또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삶과 주검이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고 보면

주어진 시간에 나는 무엇을 했던가!

추구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매진할때

그 마음씀씀이 얼마나 절박했으며

타를 밀치고 나를 세우며

돌아봄 없이 이웃을 핍박했던 일은 또 어떻한가,

 

부질없어라,

모두가 부질없어라.

테마가 없는 생은 또 얼마나 단조로우며

단조로운 일상에서 나를 억압했던 일은 다 무엇이었던가.

 

승려 나옹은 일찌기 이렇게 생을 노래했으니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탐욕도 내려놓고 성냄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마도 저 하늘 어느곳에서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해탈의 법신을 이땅에 보내고 있지 않을런지

중생이란 그저 한가닥 閃인것을

가을밤 하늘을 가로질러 영롱한 불꽃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한떨기 별이 아닐런지

 

아! 삶은 무엇이랴!

주검은 무엇이랴!

生과 死가 이토록 무상할진데 남은 시간 무엇을 추구할것인가,

등따시고 배부른자는 주림을 잊고

주린이는 주림의 혹한이 뼈속까지 사무치거늘

이땅이 갈라진지도 반세기를 넘고서도 남북갈등의 골은 패여만가서

북동족의 봄은 첩첩산이고

동족상잔의 전운만 감도는데

자유를 위해 죽은자는 말이없고

산자들은 서로 네탓이라며 쟁투를 벌여

일촉즉발의 난국은 점점 수면하로 빠져드는 위험천만한 시국으로 치닫는데

무엇을 할수 있으랴!

고통받는 동족을 위해 무엇을 할수있으랴!

무력한 자아,

무능한 현실,

아! 산다는건 무엇이랴

연민하나 들고 서성이는 나그네여,

모두가 연민이어라,

모두가 불꽃 사랑이어라,

별이 총총한 밤하늘 불꽃하나 순식간에 일획을 그으며 

명멸해간다. 

閃 閃, 閃, 어둠을 가로질러 불꽃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