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하여
ㅡ 된 장 국 ㅡ
남강
2012. 12. 22. 07:32
그 해 겨울
송송 뚫린 문풍지는 하루종일 잉잉거렸다
초여름 보리방아 일감이 밀려
아침부터 서두르시다 피대줄에 손이 감겨
시골 병원에서
팔목을 절단 하신 아버지
유별하신 형제간인지라
큰아버지 노름 빚 막느라
잘나가던 물레방앗간 두채를 모두 팔아치우고
근근히 돈을 모아 다시 시작한 디젤발동기 정미업이다.
수년이 지나도록 잘려나간 팔이 저리시다며
꿰맨 팔목을 수시로 주무르셨는데
해가 바뀌도록 병석에 누워 지내시는 중이었다.
오학년짜리 사내아이는 하얀 눈밭에 뛰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아버지가 식구들 몰래 눈물을 감춘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밤도 문풍지는 유난히 울었다
새벽녁 충혈된 눈으로
방앗간에서 들어오신 아버지는
아침에 겨가 눈에 들어 가서 눈에 눈을 닦으셨단다,
"저놈에 문풍지 새로 바르던지 해야지,,
어머니는 괜한 문풍지 탓을 하시고
밥상머리에 둘러 앉은 식구들은 아뭇소리없이
꽁보리밥에 된장국만 후룩후룩 들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