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의 물소리
ㅡ 여강 의 물소리 (63) ㅡ
남강
2013. 9. 18. 10:25
몇해 전부터 강물이 시름시름 앓더니
소리를 잃었다
구비구비 돌아들며
흐름이 가파르다가도
천천히 숨고르기에 들면
강심은 선이 넓고 깊어 지는 것인데
요몇해 획일자로 변하더니
풍광이 달라져 버렸다
실어에 든 강물은
어제의 그 물이 아니겠으나
줄기차게 천년을 건너온 소리는
보는이로 하여
추억을 깨우며
어제와 오늘을 잇는
애틋한 사유가 있었는데,
물고기와 풀벌래가 살아야 할 곳에
자전거 와 의자가 놓이고
뗏목과 돗배대신
흉칙한 기계음이 들어 차더니
강이 목소리를 잃은 것이다.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뛰놀던 물고기와 재잘거리던 여울소리
아름다운 조약돌과 작은 물새떼
해년 이맘때면
소근거리던 갈대 너머로
너른 모래 벌에 펼쳐지는,
노을은 또 얼마나 정겨웠던가
강이 묵언으로 앓이를 하는 동안
우리의 영혼도 메마르고 있었던 것을
가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