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말간 햇발 느렁느렁 갈잎에 춤을 추고
종달이 알콩달콩 둥지 틀적에
백로 왜가리 앞마당 개울에 날아와
밀월을 이루어 갔다,
그 여름,
뒷산 솔숲 산비둘기 구구구 짝을 부르면
염치없는 뻐꾸기의 울음소리로 개개비둥지는 자꾸만 비좁아 졌는데
눈치 챗는지 어땟는지 비실거리던 두남매를 잃은뒤
애지중지 뒤에 남은 덩치큰 아들눔 하나 무던한 먹성덕에
개개비 부부는 눈코 뜰새 없었는네,
그해 여름은 상당히 푸르러서
들밭 상치 열무 정구지 싱그러워
무성한 오곡위로
언덕을 달리는 바람과
햇발은 신이나서
마구 마구 입맞춤을 퍼부어 댓다,
그렁그렁 여름은 지나서
숭숭뚫린 골수는 서걱여
바람이 지날적마다 소식을 묻느라니
머리위 섬긴 홀씨들은 흩어지고
개개비 둥지엔 뻐꾸기 깃털하나 달랑남아서
그들의 행방을 아무도 모른단다,
스스스 바람이 불어온다,
저 바람을 끝으로
갈대공 은 삭동지고
길뜨는 철새들은 더이상 갈잎의 노래를 들을수 없으리라,
또 한차례 바람이 지나간다,
그해 여름은 무던히도 뜨거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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