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을 들며

ㅡ 노 숙 자 ㅡ

남강 2010. 7. 17. 15:35

장대비다,

어제부터 쏟아지더니 오늘도 퍼부어 댄다,

아스팔트위로 나뭇잎위로 축제처럼 내린다,

 

그가 안보인다,

어제 비오기전까지 나무그늘 길가에 있는 의자에 누워 잠을 자던 노숙자,

오십안쪽으로 보이는 남자

그 앞엔 박스주이 남자 한사람이 그를 보며

희죽거린다,

놀믄뭐해 나처럼 이거라도 주워야 살지

오라는곳 일할곳 없는 요즈음,

푸흐흐흐~~ 마냥 웃음기어린 그의 비아냥이 듣기 거스르지도 않는지 그는 아랑곳 없다,

 

한남대교옆 신사동 505번지 길가 무성한 가로수 아래

매미소리 소란한 여름한낮 햇살이 비껴가는곳

길가 화단 시원한 그늘아래 설치된 긴의자가 그의 본부다,

거무튀튀한 옷

손때묻은 손수건 한장

허름한 가방한개

낮한시 잠을 깬 핸섬한 얼굴과 생기어린 눈동자를 보믄

옷입은 행색을 보기전에 그가 노숙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의자 한개를 다 차지하고 누운 그를 보느라면 마치 시신하나 있는듯 느껴지다가도

그가 잠을 깬 한낮

담배꽁초를 찾아 입에무는 모습을 보면

그가 살아 있는 사람임을 알게된다

 

꽁초를 모아 피우는 손놀림을 보면 가히 예술적인데

담배 끄트머리를 네손가락에 쥐고

한모금 빨아서 입에 오물거리다가 한꺼번에 후욱하고

멀리 내어 뿜는 모습을 멀찍히 보고 있노라며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바로 앞건물로 그가 들어 간다,

세수를 하러 가는거다

영어로 리틀스쿨 장미 하우스,

아마도 어린히 영어학교정도 되는성 싶은 아담한 건물이다

수위아저씨는 그를 아는지 그가 들락거려도 가만 내버려 둔다

이심전심

노숙자를 아시는 거다

 

그 지금,

이 우중에 어디에 있을까!

나는 자못 그의 안위가 궁금해졌다

 

아는 수위아저씨테 물으니

아마 다리밑이나 지하철로 자릴옴겨 신나게 낮잠을 즐기고 있을거란다

방랑벽이 남달리 심한 필자는 그가 어쩌면 나의 전신인듯  느껴진다

무지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연민스럽기도 한데

아무튼 신기한 일을 처음본 것처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호기심이 든다.

 

그런 그도 알고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처한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수 밖에 없는 그의 처지가 있을 것이고

빌딍숲 덩치큰 콘크리트 덩어리를 가진 강남땅 사람역시 그 나름 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나름의 밥그릇 대로

사람사람 모두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해

더 이상 나아갈 곳이 막힌채 혼신으로 버티며

생을 이끌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므로

나는 리어카에 부지런히 박스를 모으는 사람과 노숙자 둘다 나의 전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장대비 그치고 눈부신 햇살 그늘아래 그가 돌아 오면

담배나 밥이라도 한술 나눌 생각에 은근히 그의 안위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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