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의 패자들은 몸집 줄이기로 하루가 시작된다,
동이트면 하늘높이 솟아올라
공간에 몸을 고정시키고
영역을 확인하는 성스런 의식으로
온몸의 묵은 에너지를 소진시키며
충분한 이완을 통하여
쭉지에 상쾌한 기를 듬뿍 갈무리 하고는
사냥감을 물색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풍족할때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는 철새들에 비해
하늘의 패자들은 상시비상을 통해
필요 이상의 먹잇감을 사냥하는 법은 없으므로
날렵한 몸놀림은 가벼움으로 비롯되고
예리한 시선은 모이주머니가 비어 있으므로 가능한 것인데
가령 폭식은 독소를 유발하여
찰나를 포착해가는 판단력을 둔화시키고도
시신경을 무디게 만든다는 이치를본능으로 아는 터라
얼마를 취하고
덜어내야 하는지
통달하고 있는 것이었다.
몸집을 부풀려야 기세를 부리는 지상의 패자들에 비하면
필요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절제된 금기
최소한의 먹이로 최대치의 순발력을 구사하는 상승비공을
온몸으로 시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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