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의 江

ㅡ 시간 의 江 12 ㅡ

남강 2011. 5. 1. 21:49

 

들판에  새는

늘 그리운 향수가 있어

놓아버린 기억을 찾아 길을 뜨고는

여행지에서 돌아 올쯤엔

얼마간은 숙연해져서

지나온 일들을 반추 해내는 버릇이 있는데.

 

우연찮게 들른 낡은 산사

세월이 배여든 기둥을지나

산신각 옆

길다란 돌담 주변을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다람쥐와

계곡아래 이끼 바위를 타오르는 연록의 담쟁이 손

산문밖 고목의 우둠치와

오래전

새기둥

새담장에

신비스런 서광이 서렸음직한

대웅전 낡은 기왓장과

구부정한 노 스님의 조언을 따라

삼배적삼 을 걷어부친 석수쟁이 와 목수들이

굵은 땀방울 을 훔치며

투박한 탁배기에 벌컥벌컥 곡주 한잔

산채 한젓갈 로 입가를 쓱쓱 닦고는

다시 힘을 돋구어 축대쌓기와 절집 짓기에 매달렸을.,,

 

옛 일을 짐작하면

그 풍광이

오늘일 처럼 눈앞에 생생히 펼쳐와서

넋을 놓고 사념 하느라니,,,

 

당간지주 너머 

늙은 소나무 가지사이로 열린

눈시린 하늘

어느덧 사위는 석양에 들어

이른저녁

고요에 든 계곡을 깨우는

똑,똑,똑, 또그르르르 청갈한 목탁소리,

오래전 더 더욱 오래전

이 터가 부처님의 눈에 띄어

중생제도의 명당 고지 를 받고

천년을 내리

다듬고 스러지면 짓기를 반복한

세월의 모롱이를  돌아나온 다음날 아침

이슬채인 산책길에

잃어버린 시간이 걸어 나오면

산사 주변 의 돌 다람쥐가

머물다 간 새의 발자국을 따라

시간의 동아줄을 오르 내릴때

아미타불~~

노 스님의 낭랑한 예불송이

계곡 물소리에 실려

이제막 단청을 마친 대웅전 뜨락을 지나

 

산아래 세상을 향해 

기약도 없는 먼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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