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새는
늘 그리운 향수가 있어
놓아버린 기억을 찾아 길을 뜨고는
여행지에서 돌아 올쯤엔
얼마간은 숙연해져서
지나온 일들을 반추 해내는 버릇이 있는데.
우연찮게 들른 낡은 산사
세월이 배여든 기둥을지나
산신각 옆
길다란 돌담 주변을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다람쥐와
계곡아래 이끼 바위를 타오르는 연록의 담쟁이 손
산문밖 고목의 우둠치와
오래전
새기둥
새담장에
신비스런 서광이 서렸음직한
대웅전 낡은 기왓장과
구부정한 노 스님의 조언을 따라
삼배적삼 을 걷어부친 석수쟁이 와 목수들이
굵은 땀방울 을 훔치며
투박한 탁배기에 벌컥벌컥 곡주 한잔
산채 한젓갈 로 입가를 쓱쓱 닦고는
다시 힘을 돋구어 축대쌓기와 절집 짓기에 매달렸을.,,
옛 일을 짐작하면
그 풍광이
오늘일 처럼 눈앞에 생생히 펼쳐와서
넋을 놓고 사념 하느라니,,,
당간지주 너머
늙은 소나무 가지사이로 열린
눈시린 하늘
어느덧 사위는 석양에 들어
이른저녁
고요에 든 계곡을 깨우는
똑,똑,똑, 또그르르르 청갈한 목탁소리,
오래전 더 더욱 오래전
이 터가 부처님의 눈에 띄어
중생제도의 명당 고지 를 받고
천년을 내리
다듬고 스러지면 짓기를 반복한
세월의 모롱이를 돌아나온 다음날 아침
이슬채인 산책길에
잃어버린 시간이 걸어 나오면
산사 주변 의 돌 다람쥐가
머물다 간 새의 발자국을 따라
시간의 동아줄을 오르 내릴때
아미타불~~
노 스님의 낭랑한 예불송이
계곡 물소리에 실려
이제막 단청을 마친 대웅전 뜨락을 지나
산아래 세상을 향해
기약도 없는 먼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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