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낡은산사
고색창연한 대웅전 아래
일주문 옆 고목의 우둠치 를 타오르는연록의 담쟁이 손을 보느라니.
한옛날 산문을 열기전
카랑카랑한 노 스님의 조언을 따라
삼배적삼 을 걷어부친 석수 와 대목들이
굵은 땀방울 을 훔치며
투박한 탁배기에 벌컥벌컥 곡주 한잔
산채 한젓갈 로 입가를 쓱쓱 닦고는
다시 힘을 돋구어 축대쌓기와 절집 짓기에 매달렸을.,,
옛 일을 짐작하면
새기둥 새담장에
신비스런 서광이 서렸음직한
그 오래전 풍광이
오늘일 처럼 눈앞에 생생히 펼쳐와서
넋을 놓고 상념에 들게 되느니,,,
오래전,
아주 오래전
당간지주 너머
늙은 소나무 가지사이로 열린
눈시린 하늘
이 터가 부처님의 눈에 띄어
중생제도의 명당 고지 를 받고
천년을 내리
다듬고 스러지고 짓기를 반복한
세월의 모롱이를 돌아
두었던 시간이 걸어 나오고
산사 주변 의 돌 다람쥐가
시간의 동아줄을 오르 내릴때
똑,똑,똑, 또그르르르~~
바라반야로 시작되는 청갈한 목탁소리
노 스님의 낭랑한 예불송이
지금막 살아나와 단청을 마친 대웅전 뜨락을 지나
매캐한 저녁연기 속으로 탁발 을 나선다.
'시간 의 江'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10 ) ㅡ (0) | 2012.09.16 |
---|---|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09) ㅡ (0) | 2012.09.11 |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08) ㅡ (0) | 2012.08.19 |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07) ㅡ (0) | 2012.07.26 |
ㅡ 나이를 들어 간다는 건 (206) ㅡ (0) | 2012.06.15 |